'백수'라는 정체성과 처음 만난 지 몇 개월. 목적 없이 나갈 이유도 딱히 없고, 외출은 돈과 시간이 든다. 백수가 되니 원래도 좋아했던 집이 더 좋아지더라. 그런데 백수 기간이 길어지니, 내 자신이 너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생각들이 많아지고, 잡념들이 나를 괴롭혔다. 뭐라도 일단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떠올린 것이 도보 여행. 한강공원을 따라 성수동 블루보틀까지 무작정 걷는 일을 계획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행거와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으니, 해가 중천일 때 일어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백수 최고. 옷은 더욱 더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옷이 필요하지 않음을 느낀다. 한국은 왜 네 개의 계절이나 있을까... 그나마 아름답고 즐기고 싶은 ..